안녕하세요, 친구님. 차차예요.
얼른 편지를 보내고 싶어서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차차의 편지를 미리 구독신청하고 첫 메일을 받아보기까지 오래 기다려주어 고마워요.
친구님, 요즘처럼 혼란하고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어지러운 정치 뉴스와 안타까운 사고들로 답답하고 속상한 요즘이지요. 차차도 편지를 준비하며 연일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지만, 친구들이 차차의 편지를 읽어보는 시간만큼은 조금의 위안과 휴식이 되길, 즐거움과 희망이 되길 바랐습니다. 차차는 문학의 작지만 위대한 힘을 믿으니까요.
자, 그럼 차차의 첫 편지를 한번 만나볼까요?
오늘은 그림책 작가의 에세이와 시를 준비했어요. 친구님은 그림책을 좋아하나요? 차차는 그림도 글도 책도 좋아해서 그림책이 참 좋아요. 표지와 면지, 속표지, 바코드까지 이야기로 가득 채운 책을 만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답니다. 그림책 작가는 다채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일 것 같아요.
에세이와 시를 다 읽으면 쿠키를 맛볼 수 있어요.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이 나오듯이, 작가의 미니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작가의 TMI까지 만나볼 수 있어요. 짧고 맛있게 즐겨보세요.
○ 그림책 작가의 말 최민지 「개구리 생각」
○ 시 강성은 「매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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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생각
비 오는 날 책상 앞에 앉았더니 개구리 생각이 났다. 어디선가 개구리가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더 좋아질까 기대하며 나는 개구리를 그렸다. 내 생각이 맞았다.
그날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개구리를 그리기로 했다. 그런데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개구리가 생각났다. 개구리를 좋아하게 되어 버린 거다. 평생 관심도 없던 개구리에게 마음을 주고 나니 개구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분명한 머리와 목의 경계, 앞다리보다 긴 뒷다리, 발가락 사이의 물갈퀴를 하나씩 발견하며 그린다. 매일 내 옆에 개구리들이 쌓여 간다. 오려서 벽에 붙이고 주머니에도 넣는다.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는 방문에 붙인 개구리다. “괜찮아요.” 말하며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그를 마주할 때마다 뭐든지 괜찮아질 것 같다. 안 괜찮은 일이 생기면 개구리에게 얘기한다. 그를 시작으로 다른 개구리들에게도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개구리들은 참견하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조언이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말이 아주 많다. 나를 그리고 주변에 개구리 네 마리를 그리면 네 마리 모두 다른 목소리로 조언을 해 준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좀 더 생각해 봐. 뭐가 그렇게 심각하니? 푹 쉬렴. 개구리의 말을 듣는 날이 늘어나면서 작은 노트는 개구리의 조언으로 가득 찼다. 개구리와 꽤 가까워진 것 같다고 느낀 날부터는 나를 개구리 캐릭터로 그리기 시작했다. 매일 내 감정이나 상태를 개구리로 표현한다. 우는 개구리, 화내는 개구리, 낄낄 웃는 개구리 엉뚱한 개구리, 곁눈질하는 개구리, 결국 할 말을 못 하는 개구리, 큰 결심을 한 개구리, 검은 연못으로 몸을 던지는 개구리, 만족스러운 개구리……. 지금 보니 한 달 동안 내 감정을 기록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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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작고 사랑스럽다. 수다스럽고 다정하며 색깔도 형태도 매력적이다. 축축하고 몹시 가볍다. 개구리를 오랫동안 생각하다 보면 개구리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어느 날에는 개구리의 심장은 얼마나 작을지 헤아려 본다. 내 심장 위에 손을 얹어 보고 이보다 몇 배 더 작을까, 손톱만큼 작으려나, 그보다 작으려나, 하고 심장을 두 개 그려 본다. 개구리의 심장이 내 것에 비해 너무 작다. 너무 작은 심장 하나가 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심장 옆에 개구리를 여러 마리 그리며 마음을 달래 본다. 그러자 나를 둘러싼 개구리들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내 심장 소리보다 크다. 개구리의 존재감이 나를 압도한다. 작은 존재들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가늠해 본다. 매년 그리기 좋아하는 대상이 달라지곤 하는데 개구리는 좀 더 오래갔으면 좋겠다. 올해가 끝날 즈음에는 무얼 그리고 있을까. 기린이나 토끼를 그리게 된다고 해도 개구리는 내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만났던 개구리는 영원한 내 개구리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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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작가님에게 가장 그리기 어려운 건 무엇인가요? 민지 기린. 좋아하는 만큼 잘 그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차차 최근에 받은 인상적인 선물은 무엇인가요? 민지 소주잔에 담은 식물. 무서운 속도로 자라서 이제 물컵으로 옮겨주려고요. 함께 책 만드는 디자이너에게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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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민지
1994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2018년 8월에 『문어 목욕탕』으로 데뷔한 이후 『코끼리 미용실』, 『마법의 방방』, 『나를 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 『벽 타는 아이』를 쓰고 그렸다. 곧 『오모리가 아무리』가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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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구리가 마음에 들었나요?
차차는 옆에 서서 내려다보는 키가 큰 개구리가 듬직해 보였어요. “검은 연못에 뛰어든 개구리”의 사연도 궁금해졌고요. 개구리가 차차의 머리 위로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가벼웠어요. 털이 살짝 젖을 만큼 촉촉했고요. 그날이 자꾸 떠올라서 한동안 개구리를 생각했었는데요. 친구님은 개구리를 생각하면 어떤 감각이 먼저 떠오르는지 궁금해요.
개구리에 대해서 수다 떨고 싶은 친구는 [차차에게 쪽지 보내기]를 통해서 마음껏 이야기해 주세요.
이제 우리는 시를 함께 읽을 거예요. 차차는 시가 무엇인지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읽고 느끼며 시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즐겨요. 강성은 시인의 「매립지」를 읽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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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
쓰레기를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아무리 버려도 계속 나와요 할머니는 쓰레기를 백 년 넘게 버렸다는데 아직도 쓰레기가 나오는구나 얘야 집 앞에도 쓰레기가 쌓여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구나 숨만 쉬어도 쓰레기가 나오는데 할머니를 구하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집 밖에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 점점 커져가고 쓰레기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다 쓰레기 매립지를 반대하는 집회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이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자신이 쓰레기 산의 일부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 채 쓰레기를 버린 지 얼마나 되었나요 글쎄 내 나이가 몇이었나 머리를 긁적이는 사람들 모두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들고 서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쓰레기차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하느님 거기 계신가요 설마 여기 계신가요 아무렴 거기 계시곘죠 할머니는 기도를 멈춘다 이제 어쩔 수 없구나 얘야 도시의 새들이 활발하게 아침을 시작하는데 할머니를 구하러 가야 하는데 쓰레기차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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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이 작품을 쓰실 때 가장 많이 본 풍경은 무엇인가요? 성은 최근에는 글을 쓸 때, 책상 한쪽에 서울 거리를 걷기만 하는 유튜브(Link🔗)를 켜 놓고 있습니다.
차차 이 시는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나요? 성은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무거워지는 마음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쓰레기를 배출하겠구나,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도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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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강성은
2005년 『문학동네』로 작품활동 시작했고,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들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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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는 오랫동안 매립지에 머물렀어요. 집 밖으로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슬퍼지기도 했고, 차차가 그동안 만들었을 쓰레기의 양과 쌓여있는 모양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를 구하러 가야 하는데,라는 문장 앞에서는 마음이 내려앉았어요.
친구님도 차차처럼 강성은 시인을 좋아한다고요? 최근에 버린 쓰레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요? 차차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시가 우리를 친구로 만들어 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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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님
오늘 차차의 편지는 어땠나요?
딱 10초만 시간을 내서 차차에게 후기를 보내주세요. 큰 힘이 된답니다 :)
그럼 다음주 수요일에 차차 또 만나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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